
매일 만보씩 걷는데 체중은 안 빠져서 “나만 안 되나” 싶었다면, 이 글이 그 답을 정리해뒀다. 만보 걷기는 칼로리 소모 효율이 낮아서 체중 감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가 있고, 동시에 인슐린 감수성 개선과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처럼 체중계가 보여주지 않는 변화를 만든다고 한다.
핵심은 걷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스쿼트, 밴드 같은 근력 운동을 얹는 것이다. 자료를 바탕으로 걷기의 진짜 가치, 한계, 그리고 근력을 더하는 구체적인 3단계 루틴까지 정리해봤다.
만보 걷기 다이어트, 매일 걷는데 왜 체중은 그대로일까
매일 만보.비 오는 날도, 야근 후에도 꾸역꾸역 걸었다.
한 달, 두 달.
체중계 숫자는 그대로다.
“나 뭐 잘못하고 있는 건가?”
이런 생각, 나만 한 게 아니었다.
걷기 다이어트를 시도한 사람들의 커뮤니티 후기를 쭉 모아보니,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었다.
“걷기만으로는 안 빠지더라.”
그런데 또 다른 쪽에서는 이런 말도 나온다.
“한 달 만보 걷기로 체지방 2kg 빠졌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건지.
그래서 직접 연구 자료, 전문가 발언, 실제 후기를 다 모아서 정리해봤다.
만보 걷기 왜 기대만큼 안 될까
한경 기자가 직접 한 달간 매일 만보 걷기를 실험한 한국경제 기사가 있다. 결과는 체지방 2kg 감소. 나쁘지 않아 보인다.그런데 여기서 간과된 게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 연구팀이 100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하루 1만~1만5천 보를 걷게 했더니, 체중과 체지방에 유의미한 감소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 연구는 시사위크 팩트체크 기사에서도 다뤄졌는데, 결론은 부분적 사실이었다.
만보를 걸으면 약 340~400kcal를 소모한다.
그런데 밥 한 끼가 800~900kcal다.
점심에 떡볶이 하나 추가하면 순식간에 초과다.
조선일보 보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만보를 걷는 데 평균 1시간 52분이 걸리는데, 소모 열량은 400~430kcal. 빅맥 하나면 물거품이라는 표현이 코메디닷컴 기사에 등장한다.
시간 대비 효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문제 원인, 걷기만 하면 벌어지는 일
원인을 파고들어보니 세 가지 패턴이 보였다.첫째, 근육이 안 만들어진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만 고집하면 근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걷기는 심폐 기능을 올리는 데는 좋지만 근육에 자극을 주기엔 강도가 부족하다. 매일 1만 보를 걸어도 근육통이 없다면, 그만큼 근성장 자극이 없다는 뜻이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기초대사량은 하루 소비 에너지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이게 낮아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찌는 구조가 된다.
둘째, 우리 몸이 적응해버린다.
동아일보 바디플랜 기사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운동을 해도 에너지 적자가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몸이 저강도 반복 움직임에 적응하면서 에너지 소비 효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셋째, 식사량 통제 없이 걷기만 하면 보상 심리가 생긴다.
“오늘 만보 걸었으니까 치킨 한 조각쯤은…”
이 보상 심리가 걷기로 소모한 칼로리를 순식간에 상쇄한다.
그런데도 걷기를 버리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반전이 있다.걷기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볼 수 없는 데이터가 꽤 많았다.
NEAT 비운동성 활동 열생산의 힘
서울대 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조영민 교수의 글에 따르면, 1999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레바인 박사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누군가는 0.36kg, 누군가는 4.23kg이 찌는데, 차이는 일상 속 움직임, 즉 NEAT에 있었다. 걷기, 계단 오르기, 청소, 서서 일하기 이런 작은 활동들이 하루 수백 kcal 차이를 만든다.
세계 17개국 13만 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란셋(Lancet)에 보고되었는데, NEAT 양이 많을수록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이 줄어들었다.
인슐린 감수성 개선
한국체육과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2주간 규칙적인 걷기 운동이 폐경기 여성의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켰다. DBPIA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12주 걷기 운동이 비만 중년여성의 체지방률을 감소시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감수성이 좋아지면 혈당이 안정되고, 지방 축적 신호가 줄어든다. 체중계 숫자와 별개로, 몸 안에서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시사저널 기사에 따르면 걷기는 코르티솔 수치를 감소시켜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한다. 일본 산림욕 연구회 자료를 인용한 코메디닷컴 보도에서는 숲속에서 20분만 걸어도 코르티솔이 평균 12~15% 감소한다는 결과도 있다.
코르티솔이 높으면 복부 지방이 쌓이기 쉽다.
걷기로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 자체가 간접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가진다는 뜻이다.
걷기에 근력을 더하는 3단계 루틴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모아졌다.걷기를 버리는 게 아니라, 걷기에 근력을 얹는 것이다.
헬스조선 기사에서 소개된 3단계 훈련법과 코메디닷컴의 초보자 근력 운동 가이드를 조합해보면 구체적인 루틴이 나온다.
1단계 (1~2주) 근력 준비기
걷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쿼트 20~30회 × 3세트, 플랭크 20~30초 × 3세트부터 시작한다. 근육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걸으면 심폐 기능만 좋아지지만, 근력을 기른 후 걸으면 전신 기능까지 올라간다.
2단계 (3~8주) 인터벌 걷기
5분 평상시 속도 + 3분 빠르게 걷기를 세 번 반복한다. 걷기 강도를 달리하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혈관벽 탄력이 올라간다. 노래를 부르기 힘든 정도의 속도가 적당하다.
3단계 (8주 이후) 기구 근력 병행기
인터벌 걷기에 덤벨 운동, 탄력 밴드 운동을 추가한다. 탄력 밴드를 목에 걸고 양 끝을 발로 밟은 뒤 상체를 서서히 폈다가 되돌아오는 동작을 10~15회 × 3세트. 코어와 하체 근육이 동시에 단련된다.
왜 이 순서대로 해야 하는가?
헬스조선의 비만 전문의 인터뷰에 따르면, 근력 운동으로 근육이 단련되면서 기초대사량이 올라가고, 그 상태에서 걷기 유산소를 해야 지방 연소 효율이 높아진다.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근력운동을 먼저, 유산소를 나중에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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