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요클리닉이 4시간 수면 실험을 통해 확인한 건, 체중계에는 안 잡히지만 CT로만 보이는 내장지방이 단 2주 만에 11%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왜 잠이 부족하면 지방이 배 안쪽으로 이동하는지, 호르몬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주말 몰아자기가 왜 소용없는지를 논문과 국내 보도를 기반으로 정리했으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뱃속은 이미 바뀌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식단도 조절하고, 운동도 한다. 그런데 뱃살만 안 빠진다.체중계 숫자는 거의 똑같은데, 허리둘레는 점점 늘어난다. 바지 단추가 안 잠긴다. 거울을 봐도 상체는 멀쩡한데 배만 볼록하다.
혹시 이거, 수면 시간이 줄어든 시점과 겹치지 않나.
수면 부족 내장지방 그리고 4시간 수면 실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2022년,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연구팀이 비만이 아닌 건강한 성인 12명을 대상으로 21일간 입원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설계는 이랬다.처음 4일은 적응 기간. 모든 참가자가 하루 9시간 수면. 이후 2주간 한 그룹은 9시간, 다른 그룹은 4시간만 수면. 마지막 3일은 회복 수면으로 다시 9시간. 음식은 자유롭게 먹도록 했다.
결과가 묘했다. 체중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전체 체지방률도 두 그룹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CT 촬영을 했더니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4시간 수면 그룹의 복부 전체 지방 면적이 9%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내장지방은 11% 증가했다. 피하지방 아래, 장기 사이사이에 끼는 그 지방이다. 체중계로는 절대 잡아낼 수 없는 변화가 몸 안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JACC, 2022)에 게재됐고, 한겨레(2022.4.6)에서도 보도됐다.
왜 잠이 부족하면 지방이 배 안쪽으로 이동하는가
여기서 핵심은 이거다. 체중이 찌는 게 아니라, 지방의 위치가 바뀐다는 사실이다.메이요클리닉 연구 책임자 비렌드 소머스(Virend Somers) 박사는 Mayo Clinic 뉴스 보도에서 이렇게 밝혔다.
“보통 지방은 피하(피부 아래)에 먼저 축적된다. 그러나 수면이 부족하면 지방이 더 위험한 내장 구역으로 재배치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과식을 하면 지방은 피부 아래 피하지방에 먼저 쌓인다. 피하지방의 저장 용량이 넘치면 그때서야 내장지방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이 순서가 깨졌다. 초기부터 내장 쪽에 지방이 직행하는 패턴이 관찰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건 회복 수면 기간의 결과다. 마지막 3일간 9시간씩 잠을 보충했음에도 내장지방은 계속 증가했다. 밀린 잠을 몰아 자도, 이미 시작된 내장지방 축적의 흐름은 단기간에 멈추지 않았다.
호르몬이 무너지면 뱃살은 고속도로를 탄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호르몬 교란이 깔려 있다.대한비만학회 프리미엄 콘텐츠(2023)에서 경희의대 박승준 교수는 메커니즘을 이렇게 정리했다.
수면 중에는 포만 호르몬 렙틴이 증가하고, 식욕 호르몬 그렐린이 감소한다. 인슐린도 하루 중 가장 낮은 수치를 유지한다. 이 상태가 지방 분해에 최적인 환경이다.
그런데 수면이 부족해지면 정반대가 된다. 렙틴은 떨어지고, 그렐린은 치솟는다. 필요 없는 배고픔이 생기고, 고당분 고열량 음식을 찾게 된다.
여기에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까지 가세한다. 수면 부족에서 만성 스트레스로, 만성 스트레스에서 코르티솔 상승으로 이어진다.
코르티솔은 지방이 어디에 쌓일지를 결정하는 호르몬이다. 복부 지방세포에는 코르티솔 수용체가 다른 부위보다 최대 4배 많다. 코르티솔이 높아지면 지방이 복부 내장으로 집중 축적되는 구조다.
즉, 수면 부족은 단순히 피곤해서 많이 먹게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호르몬 시스템 자체가 내장지방을 쌓는 모드로 전환되는 문제였다.
헬스조선(2023.3.30) 보도에 따르면, 7시간 미만 수면자는 8시간 이상 수면자에 비해 내장지방량이 유의하게 높았다는 후속 역학 연구 결과도 있다.
주말에 몰아 자면 되지 않을까?
메이요클리닉 실험에서 이미 확인됐다. 3일간 회복 수면을 줬지만 내장지방은 오히려 계속 증가했다.소머스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주말 보충 수면으로는 평일 수면 부채의 대사적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패턴이 수년간 반복되면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누적된다.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6분. OECD 회원국 평균 8시간 22분보다 2시간 이상 짧고, 미국 국립수면재단 권장 최소 수면 7시간에도 못 미친다. 교대근무자, 야근이 잦은 직장인, 육아 중인 부모 이 수치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이 꽤 많다.
이 문제를 되돌리는 루틴 그리고 왜 루틴이어야 하는가
수면 부족으로 무너진 호르몬 균형은 하루아침에 복구되지 않는다. 메이요클리닉 실험에서도 3일 회복 수면으로 안 됐다.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하는 루틴만이 시스템을 원래 궤도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대한수면학회 수면위생법과 대한수면연구학회 수면 십계명을 종합하면, 핵심은 아래와 같다.
기상과 취침 시간 고정이 최우선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눕는다. 주말에도 30분 이상 밀리지 않도록 한다. 이 리듬이 멜라토닌 분비 타이밍을 잡아준다.
낮에 40분,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한다. 서울아산병원 내장지방 정보에 따르면, 주 3회 이상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이 내장지방 감소에 가장 효과적이다.
단, 취침 4시간 이내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
취침 4에서 6시간 전부터 카페인을 끊는다. 커피뿐 아니라 녹차, 초콜릿, 에너지드링크도 포함이다.
잠자리에서는 잠만 잔다.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고민을 하면 뇌가 침대를 각성 공간으로 인식한다. 15에서 20분 이상 잠이 안 오면 일어나서 다른 공간에서 조용한 활동을 하다가 졸릴 때 다시 눕는다.
침실 환경을 어둡고 조용하게 만든다. 빛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한다. 암막 커튼, 수면 안대, 귀마개 사소해 보이지만 수면 질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다.
잠들기 1에서 2시간 전 체온을 올렸다가 떨어뜨린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체온이 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면 진입이 빨라진다.
이 루틴들을 단발적으로 하면 효과가 없다. 최소 2주 이상 동일한 패턴을 유지해야 체내 시계가 리셋된다는 것이 수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예측되지만 행동하기 어려운 부분
사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 상당수는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잠이 부족하다는 걸. 그리고 그게 뱃살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걸.그런데 알면서도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야근이 끝나고 집에 오면 그때부터가 내 시간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유튜브, SNS. 하루 종일 다른 사람 것만 하다가 밤 11시부터 나를 위한 시간이 시작된다. 그 시간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데이터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2~3시간이 매일 반복될 때, 몸속에서는 체중계에 잡히지 않는 변화가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고. CT를 찍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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